브라질 파벨라의 의미와 특징
오늘은 브라질의 빈민들이 살고있는 파벨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지난번 리우의 관광지에 대해서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뜻밖의 관광지 추천을 보았는데 바로 ‘리우의 파벨라 투어’였습니다. 브라질에 살았던 입장으로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종류의 투어였는데 오늘은 파벨라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브라질의 빈민촌 파벨라
파벨라의 사진을 보면 숨이 막힐 정도로 엄청난 수의 주택들이 오밀조밀하게 좁은 지역을 채우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건물을 잘 짓지 않는 도시 근처 경사진 언덕에 위치해있으며 한국의 달동네와 외양이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빈민촌을 뜻하는 이 파벨라는 빈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형성되었는데 인종문제와 경제문제 등이 겹치면서 점차 마약과 범죄 카르텔의 본거지로 변하였습니다. 브라질 정부와 경찰에서조차 통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장소이며 주민들은 경찰보다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갱단을 더 따를 정도로 파벨라 밖과 전혀 다른 삶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파벨라는 브라질 제1 공화국 출범 당시 전역한 군인들이 국가에게 어떤 보호나 지원도 받지 못하고 리우에 위치한 코르코바도 산 언덕에 모여 주거지를 형성한 것이 첫 시작이며 현재 이 코르코바도 산 지역 빈민가는 브라질 최대의 파벨라가 되었습니다. 물론 대도시 상파울루나 다른 도시들에도 파벨라가 있지만 이 리우의 파벨라가 일종의 상징처럼 된 모습입니다.
영화 속의 파벨라
아쉽게도 세계적인 유명세를 가진 브라질 영화는 많지 않은 편이지만 아마 한국 사람들도 들어봤을 만한 작품이 두어 개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두 영화는 아마 ‘엘리트 스쿼드’ ‘시티 오브 갓’ 일 것 같아요.
이 두 영화는 모두 브라질의 최대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는데 이곳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마약거래와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두 범죄영화가 워낙 유명세를 타나 보니 이 때문에 브라질이 모두 이런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는데, 저 또한 브라질에 와보지 않았다면 빈민가의 모습을 브라질 전체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잔뜩 겁을 먹었을 것 같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
파벨라에는 그 지역을 지배하는 범죄조직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경찰은 당연히 통제가 불가하며, 헌병 대테러부대 BOPE가 소탕작전에 투입됩니다. 무법지대로 봐도 좋을 만큼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인들은 발도 들이지 않는 것이 좋은데요, 소지품을 다 뺏길 수도 있으며 운이 좋지 않으면 정말 총기 협박을 당하여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 괜한 모험심은 발휘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모든 파벨라 거리가 다 극악무도한 것은 아니지만 웬만한 현지인이 아니면 어디가 위험하고 아닌지를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빈민가를 투어 하는 여행상품이 있고 참가하는 사람들도 꽤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렵게 살아가는 빈민의 삶을 여행 상품으로 삼고 재미 삼아 구경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굳이 나라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지역을 들어갈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리우의 파벨라는 그 유명한 미국 뉴욕의 할렘과도 비교할 수 없는 치안 수준이기 때문에 그냥 리우 예수상에 올라 저 멀리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좋겠습니다. 참고로 리우의 예수상은 이 파벨라를 등지고 부촌 쪽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어 ‘빈민들은 버림받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파벨라가 방치되는 이유
브라질은 아직 개도국 수준으로 부정부패가 심하여 중앙정부가 강력한 통제권을 가지고 파벨라를 뒤엎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워낙 최악의 우범지대이며 총격 범죄가 흔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 파벨라에서 주민들을 내쫓기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주민들을 내보내고 재개발을 한다 해도 이 많은 주민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그대로 도시로 흘러가 다른 곳들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우마 호세프나 룰라 대통령이 파벨라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런저런 내외부적 이유로 잘 이루어지지 못했고 호세프가 탄핵되기까지 하면서 관련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진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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